기억을 기다리며

화창한 봄날, 행복하지 않냐는 광장의 구호가 나를 막아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커다란 꽃은 시각을
깊게 자극하는 색으로 뒤덮여 있다. 광장의 공사장 곳곳에
 겨우 스미는 햇빛들은 그날도 같았으리라.
 분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거의 매일 걷는 길이지만 이번 달의 분수는 더욱 
시원하게 솟구쳤다가 내려오길 반복하며 광장을 메우고 있다.
그래도 끝을 모르게 변해만 가는 세상에서 무언가의
 중심을 부여잡고 기다리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그것은 작동을 시작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변해가며 관계속에서 의미가 변해 간다.
 오랜 시간동안 변하지 않는 무엇을 우리는 가치라고도 한다. 
광장은 삶의 중심이며 가치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이 시대에 가치를
 공유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어떤 곳인가?
 그 단순하고 복잡한 물음은 슬픔에 앞서 허탈함이 먼저
떠오른다. 단순하게 세상은 무상하므로 슬프다. 그 슬픔은
인간을 사람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일반론적인 법칙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열린 공간인지만 슬픈 곳,
슬프지만 소멸보다는 다시 한번 더 가보자라는 의지가
발현 되는 곳. 단절 보다는 같이 가자는 꿈이 통용되는 곳.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인 곳에서 나는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 

이 사진들은 주로 지난 10여 년간 광주의 구 도심을
지나면서 보았던 여러 장소들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아온 사진들이다. 광주, 이 자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기록과 상상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본다.
 사진은 세상에서 현실을 단절시키는 작업이다.
 그것이 현실에서의 피사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 공간을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보이게 한다.
 익숙하지만 과거로부터 온 그림, 3차원의 열린 공간이지만
 다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그림이다. 나에게 본다는 것은
 현실 너머의 다른 공간이다. 자르고 프레이밍 된 공간들은
 그 너머에 또 다른 현실이 있음을 지시한다.
그 과정들을 즐기며 새로운 세상을 빛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서 나는 세상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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